요즘 세상이 예전 같지 않고, 각박하고 맛이 없다고들 한다. 주변을 둘러봐도 그렇다. 연일 보도되는 뉴스들은 인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이야기보다는 사건사고들이 판을 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접한 몇몇 뉴스는 우리 사회가 아직은 살만한 곳이라는 신선한 희망을 안겨줬다. 최근, 지하철 4호선에서 갑자기 쓰러진 할머니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홀연히 사라진 의인 이야기는 삭막한 사회에 단비 같은 감동을 전했다. 모 방송사에서는 그 주인공을 찾아 그때의 상황을 보도했다. 지하철 4호선 의인은 어릴 때부터 불편한 다리로 지체장애 5급 판정을 받았지만, 할머니에게 달려가던 그 순간만큼은 아픔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젊은 사람도 아니고 연세가 많이 드셨는데 딱 보니까 어머니를 보는 것 같은 마음이
언제부터인지 불면의 밤이 시작됐다. 딱히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느닷없이 잠이 오질 않는 밤과 씨름하고 출근하는 날엔 모든 것이 혼미하고 내 소우주는 종일 허청거렸다. 세상에 괴로운 것 중 하나가 불면증이란 걸 듣긴 했다. 그런데 실제로 겪어 보니 실감이 난다. 그런 날이면 잠이란 게 얼마나 소중한 건지 절감하게 된다. 누군가는 갱년기 증상일 수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주기도 했다. 더불어 묻는다. 얼굴에 열감이 나면서 쉽게 짜증이 나느냐. 기분은 자주 우울하지 않느냐는 둥. 그럴 때면 나이는 분명 그 지점 맞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고 얼버무리곤 했다. 잠을 못 이룬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단 한번이라도 불면으로 고생해 본 사람은 그 고통스러움을 다 알 것이다. 가끔씩 찾아드는 불면의
며칠 전, 인터넷 한 카페‘산문과 수필마을’코너에‘특별한 숙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그 특별한 숙제가 무언지 궁금했다. 어느 시인이 지인의 동시집을 받고 쓴 글이었는데, 특별한 숙제는 동시 제목이었다.‘학교에 학생이 점점 줄어든다고/재완이, 도현이, 요한이, 상대/정인이, 민영이, 윤지, 지수, 나/형제 없는 우릴 불러놓고/선생님은 특별한 숙제를 내주셨다/엄마한테 동생 낳아 준다는 확답 받아오기!/그런데 숙제 해 온 친구/한 명도 없다”(김현숙「특별한 숙제」전문). 참 재밌는 숙제다. 글을 읽다 보니 다른 멋진 동시까지 덤으로 딸려 나왔다. 아주 짧으면서도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콩 총알’은 그 중의 하나다.‘꼬투리 속에/장전된 콩알/가을 햇살이/방아쇠를 당긴다/타닥!/타당!/탕’~~~ 누구나 학
주말이면 손바닥만한 잔디밭에 쭈그리고 앉는다. 말이 잔디밭이지 질경이를 비롯해 잡초 투성이다. 질경이는 정말 제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것 같다. 매번 소탕 작전을 버려도 끈질기게 번져 나간다. 그렇다고 제초제를 뿌릴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하다. 이삼년 전 부터는 그냥 함께 살기로 맘먹었다. 그러고부터는 그 끈질긴 싸움에서 벗어나 오히려 자라는 것이 대견스럽고 예쁘기까지 하다. 요즘은 잘 길러서 가끔 나물로도 해먹고, 효소를 만들기도 한다. 가정에서, 학교나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는 일, 어디든 사람 사는 일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는 건 아닌가 싶다. 햇살이 직립으로 걸려 있던 사월 초파일, 때 이른 무더위가 한여름을 방불케 했다. 변산 해안 따라 내소사에 연꽃등 올리고 돌아오니 햇살
사월의 어느 날 우리 동네도 알몸의 나무들이 일제히 하얀 꽃을 피워냈다. 검은 몸속 어디에 저 많은 꽃 순을 숨겨 두었던 것일까. 서해안 끝자락에 자리 잡은 우리 동네는 언제나 다른 지역의 벚꽃들이 흩날릴 즈음에야 비로소 피워 올리곤 한다. 창경궁과 진해, 하동 쌍계사 십리 벚꽃 길, 순천 송광사 벚꽃 길, 충주호 벚꽃터널, 수안보 벚꽃 길, 경포호 같이 유명하진 않아도 숨겨진 벚꽃 길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 주말, 금강 하구언 주변 벚꽃 때문에 발을 헛디뎠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비를 마중하느라. 길바닥에 하얗게 누운 꽃잎을 밟지 않으려고 몇 번씩 휘청거렸다. 눈이 부실 정도로 화사한 그 곁을 지나는 동안 한 무리 구름송이 같은 꽃들이 걸어가고 걸어왔다. 몸과 마음은 구름처럼 둥둥 떠갔다.
지난 주 어느 날인가. 오랜만에 지역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제자가 찾아왔다. 온라인에 밀려 이래저래 서점 운영이 어렵다는 푸념 섞인 말들을 늘어놓았다. 살아남기 위해 이것저것 새로운 것들을 접목해보려 시도하고 있다는 제자가 안쓰러웠지만 한편으론 대견했다. 가면서 책 한권을 놓고 갔다. 소위 요즘 베스트셀러란다. 1편은 분명히 읽었을 것 같아 두 번 째 나온‘현실 너머’편을 들고 왔단다. 그동안 책을 가까이 할 여유가 없었던 터라 책제가 낯설었다. 거기다가 1편은 읽었을 거라 짐작했다는 제자 보기가 머쓱했다. 책제는 다른 책제에 비해 좀 길었다. 줄여서 이라 부른단다. 요즘 젊은 층에서 특히 10대들이 말 줄임을 해서 사용하는 신조어들이 곳곳에 난무한다.
완연한 봄인가 했더니 꽃샘추위 그녀가 다시 찾아왔다. 그러면 그렇지. 그렇게 쉬이 내어줄리 없지. 근데 어쩌겠어. 불어오는 그 바람 어찌 감당할 수 있겠어. 여기저기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며 뾰족뾰족 돋아나는 봄 세상을. 햇볕이 유리창에 착 붙어 온기가 전해지는 오후. 차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하며 자주 찾는 카페에 들렀다. 그 곳에 가면 바쁜 일상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덤으로 교육 정보는 물론, 다양한 자료들까지 만날 수 있어 좋다. 그 날‘교육이야기 코너, 에 유독 눈길을 끄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2015년 3월 11일 발행된 미국의 에 의하면 많은 연구에서 교사의 우울 정도가 다른 직업군보다 높게 나왔다’로 시작되는“선생이 저러면 안 되지"그 말 참 우울합니다. 라는 제목
지난해 학교에서 교육청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작은 고민이 생겨났다. 매월 월례회때 주어지는 시간 때문이다. 전 직원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그냥 말 수도 없고, 때가 되면 자연스레 고민스럽다. 이번 2월엔‘존재이유’에 관해 말했다. 작은 회의 때마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낱말이기도 하다. 존재이유 하면 예전에 유행했던 노래의 구절이 떠오른다.‘알 수 없는 또 다른 나의 미래가 나를 더욱더 힘들게 하지만 네가 있다는 것이 나를 존재하게 해. 네가 있어 나는 살 수 있는 거야’노랫말을 음미할수록 사랑뿐만 아니라 일터에서 조직에서도 참의미가 있다. 학교의 2월은 졸업식이 있고, 교원 인사가 있고 새 학년도 준비로 바쁜 달이다. 학교와 학생을 지원하는 교육청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 각자 맡은 일들을 적
침묵으로 한없이 내려앉은 일요일 오후. 세상이 무문토기처럼 불투명하다. 숨결마저 회색빛에 갇힌 날엔 특별히 그리운 것들이 많아진다. 희끄무레한 하루가 신신파스처럼 욱신거린다. 하염없이 생각을 만지작거리다 시(詩)한 편을 떠먹는다. 오늘의 또 다른 밥이다. 시가 밥이 된지는 오래 됐다. 허기진 배를 채워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어 먹기 시작한 것이 시(詩)다. 누군가는 배를 잡고 웃을 일이다. 비록 실 같이 가늘어졌지만 내겐 지금껏 버리지 못하는 꿈이 있다. 멍울진 마음을 한 올 한 올 풀어내어 시(詩)를 쓰는 것이다. 내 숨겨진 여명을 읽어낸 어느 지인은 가끔 용기를 쥐어주기도 했었다. 그 손길로 한 때는 꿈과 절망과 질투를 버무려 열망을 끄적거렸다. 하지만 마냥 그 자리를 맴돌 뿐, 흉내 이
새해가 되면 누구나 소망을 기원한다. 가족의 건강과, 아이들이 공부 잘했으면, 돈을 좀 더 많이 벌어 부자가 됐으면 하는 등등. 그런데 청양의 새해 소망엔 특별히 더해진 게 있다. 새해 사회·국가에 대한 세대별 소망조사에서 나타난 결과에 의하면,‘더 안전한 나라, 갑 질 없는 사회가 됐으면’을 바란다고 했다. 더구나 20대부터 60대 이상에서 1위부터 3위까지‘갑 질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항목은 안 들어간 곳이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 유난히도 크고 작은 사고로 상처받고 지친 국민들의 마음이 표출된 것이라 여겨진다. 최근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매월 첫째 수요일에 여는‘따뜻한 말 한마디’이벤트가 화제가 됐다. 주문할 때 무뚝뚝하게“아메리카노”라고 말하면 원래 가격보다 50% 추가된 금액을 받았다.“아
지인의 초청으로 나간 자리였다. 벌써 몇 주 전부터 무조건 시간을 비워두라는 말에 다른 일정 다 재낀 터였다. 친분 있는 분들 몇이 만나 저녁식사라도 하려나 보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예상 외로 준비된 송년회장 이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우리지역 출신 유명한 서예가 선생님은 서울에서부터 내려와 손수 음향시설 세팅을 마친 상태였다. 각계각층의 출중한 분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들었다.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귀한 분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음 에 감사했다. 평소 취미로 익혔다는 섹스폰 연주는 물론, 유명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들도 대단했다. 대부분 연세가 연만한데도 지칠 줄 모르는 그 열정이 부러웠다. 요즘은 제 나이에 0.8을 곱한 나이가 진짜배기라더니 아주 틀린 말도 아닌 것
지난 삼월 학교에서 교육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학교장으로 있던 4년 동안 책임자의 자리는 늘 무겁고 부담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근무하게 된 교육청 업무는 어설프기도 하고 챙겨야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도 어깨는 한결 가볍다.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란 것이 얼마나 버겁고 어려웠었는지를 비로소 느끼며 산다. 총 책임을 지는 자리에서 중간 역할로 바뀌었음에도 여유 없이 동동거리며 살아온 것 같다. 올 들어 연수 한 번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 그래 지난 달 말. 부랴부랴 사이버 연수를 신청했다. 이미 시작됐는데 시간을 내기가 만만치 않다. 이러다간 과정을 마칠 수 나 있을지 걱정이다. 강좌명은 거창하다.‘유쾌 상쾌 통쾌 소통 훈련 프로젝트’다. 언제나 모든 소통이 시원스레 술술 풀려나갈 수 있기를
모든 것들이 빛을 잃는 11월의 마지막 주말. 낮게 내려와 앉은 하늘이 잿빛 구름을 안고 헤메이다 두두둑 시작하는가 싶더니 종일 비워 내고 있었다. 요즘 들어 부쩍 불청객 비님이 자주 찾아든다. 가을비 한 번에 내복 한 벌이라 했던가. 겨울을 재촉한다. 그 곱던 단풍잎들이 길을 한가득 메우고 있다. 잎사귀가 크고 화려하던 나무들은 거의 옷을 벗어 버렸다. 삶이 힘들고 어려울 때는 다 털어버리고 가볍게 욕심 없는 마음이 되어야 한결 견디기가 쉽다는 듯. 마지막 잎사귀까지 털어내며 겨울 채비를 하는 나무 곁에 나도 한번 서 보았다. 가진 것 걸친 것 다 내려놓으니 가볍다. 눈치볼일 없으니 편안하다고 건네는 듯하다. 눈시울 붉혀 오던 가을 다 보내고, 목숨의 결을 흔들며 깊은 삶을 탄주하는 겨울 뿌리 깊은
온도가 갑자기 많이 내려갔다. 지난주엔 16년 만에 ‘수능한파’가 고개를 들었단다. 어설프긴 했지만 우리지역은 첫눈도 다녀갔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흡사 한겨울 추위 못지않다. 그럼에도 청사 뒤뜰 은행나무는 아직 가을을 버텨주고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낡고 비좁은 청사에서 황홀함을 안겨주는 유일한 공간이다. 몇 일전 보험회사 직원이 내년도 달력을 전해 줬다. 달리는 시간은 사정을 해도 재깍재깍 소리만 낼 뿐 멈추지 않고 잘도 간다. 내 뜰의 황락을 눈여겨 살피면서 문득문득 쓸쓸해진다. 생각해보면 세상살이가 말로 뒤덮여 있다. 그러다보니 그 말로 탈이 나기도 한다. 알게 모르게 상처받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고 살수는 없다. 말로써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현대인으로선
하늘이 발목까지 내려오는 가을비 그 놈이 한차례 진하게 다녀갔다. 덕분으로 가을은 더 깊어졌다. 삶의 무게도 그만큼 두꺼워진다. 가을비 속으로 시월의 마지막 날을 떠나보내고 십일월을 얼떨결에 맞이하고 보니 벌써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기가 됐다. 또 한 해가 이렇게 가는구나. 허탈하기도 하고 뭔지 모르게 쫓기는 듯한 마음이 앞선다. 곳곳이 만추 창연하다. 단풍이 드는가싶더니, 낙엽 지는 소리가 가슴으로 스민다. ‘길은 강을 따라 흐르고 여행자는 길을 따라 걷는다’라고 했던가. 깊어진 가을 길목에 서면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고 싶어진다. 뉴욕, 센트럴파크의 가을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한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 가을을 배경으로 오십을 바라보는 중년 총각과 어린 연인과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영화가 어렴풋이
‘멈칫멈칫 다하지 못한 사연 푸른 하늘 등에 업고 할랑할랑 피었습니다. 하늘을 마시고 달을 삼킨 향기. 당신은 피해갈 수 없는 아득한 전생 나의 운명. 시월 날마다 그리운 추억의 초원 이슬방울 문채로 흔들립니다.’ 지난해 페이스 북에 사진과 함께 올렸던 ‘구절초 연가’ 습작 시(?)다. 가을비 한차례 다녀가더니 더욱 또렷해진 단풍은 사람들을 물들인다. 붉게 물들여보지도 못한 삶이 쓸쓸하게 저물어 간다. 허전하고 쓸쓸하여 찻물을 올려놓고 먼 산 바라기를 한다. 이 가을 잘 견디고 있느냐고 구절초 꽃잎에 부치지도 못할 마음의 엽서를 누군가에게 다시 쓴다. 시월 중순쯤이면 하는 일이 있다. 곶감 켜기와 국화차 만들기다. 그런데 무슨 연유였는지 두어 년 그 일을 거른 채 보냈다. 십여 년 전에 심은
‘시월에 어느 멋진 날에’ 노래로 시작했던 10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은 스멀스멀 재빠른 속도로 잘도 빠져나간다. 어느새 황금들판이 수확을 서두르고 있다. 소리 내어 부르지 않아도 이른 새벽 강가 갈대가 바람을 불러오고, 알록달록 고운 빛. 은빛 억새꽃. 사방이 온통 가을 수채화다. 깊어진 가을. 한 번 쯤 허리 숙여 국화꽃 향기를 맡고, 고개 들어 파란 하늘을 올려다볼 일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좋지 않은 뉴스로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런 와중에도 훈훈한 미담들이 이어지고 있어 허전해진 마음이 황금들판처럼 풍성해지고 환해진다. 우리 사회를 지탱해주는 힘이고 희망이다. 화장품 브랜드 '빌리프(Belif)'가 제작한 "당신은 정직한가"란 제목의 실험 유투브 영상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꽤 괜
누군가는 말했다. “지나고 보면 아름다웠다 싶은 것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여행이고 다른 하나는 청춘이다” 라고. 그런데 이 둘은 진행 중일 때는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시간이 흘러서야 비로소 그리움이 깃든 추억이 된다. 개천절을 낀 황금연휴였다. 빡빡한 직장생활에서 잔잔한 여백을 즐길 수 있는 쉼표가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기대하는 일이기도 하다. 까만 숫자 사이를 비집고 나란히 서 있는 빨간 숫자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어깨가 가볍고 여유롭다. 설레고 기다려지는 일이다. 이번 연휴에도 어딘가로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말간 가을날이 연속되었다. 덕분에 모든 일 밀쳐두고 무작정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국도 따라 눈길 닿는 곳에 멈춰서 가을바
최근 모 일간지를 뒤적거리다가 ‘나를 흔든 시 한줄’ 이라는 타이틀에 눈길을 잡혔다. 배우 강부자를 흔든 시는 이기철의 ‘나무 같은 사람’이었다. ‘나무 같은 사람 만나면 나도 나무가 되어 그의 곁에 서고 싶다. 그가 푸른 이파리로 흔들리면 나도 그의 이파리에 잠시 맺는 이슬이 되고 싶다.’로 이어지는 시다. 감상 글은 짧았지만 강렬함으로 다가왔다. 세월과 생활 앞에 한동안 잊고 살다가 우연히 만난 이 시 앞에서 그녀는 눈이 번쩍 뜨였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글줄이나 써 보겠다는 요량으로 시를 읽기 시작했다. 이젠 지나칠 수 없는 일과가 돼버린 지 오래다. 아무리 바빠도 단 한 줄의 시라도 만나야만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통째로 휘어지는 시를 만날 기회가 적지 않다. ‘나
높아진 하늘. 유리알처럼 투명한 햇살이 세상을 무균 처리하는 청명한 가을 한 낮이 너무 좋다. 파란 하늘에 잘디잔 흰 구름이 정말로 황홀하다. 거기다가 소슬한 바람은 찰 내음으로 그리움을 부추긴다. 산은 산대로 들은 들대로 풍성하고 아름답게 발맞춰서 찡하게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아름답고 찡한 것이 어디 가을뿐일까. 지난 주 어느‘치매 엄마의 보따리’ 사연이 온라인을 달궜다. SNS에서 마주친 사진 앞에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부산지방경찰청 페이스북에 ‘치매를 앓는 엄마가 놓지 않았던 기억 하나’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 때문이었다. 엉성하게 묶여진 허름한 보따리였다. 제목과 사진을 번갈아 보노라니 오래전에 읽은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오버랩 됐다. 부산지방경찰청은 “